무응답

전화를 하면 안 받다가 조금 뒤에 전화가 걸려온다.
바쁘겠거니 생각해온 게 벌써 수 십 년이나 된다.
전화 번호도 자주 바뀐다.
약속 장소에는 반드시 늦게 나타난다.
심지어는 e-mail 답장도 느리다.
사업으로 바쁜가보다 생각하도록 하는 어떤 술수가 숨어있을까?
아니다.  늘 어떤 걸로 시간을 빼앗겨서 그런다.

내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
새벽 두 시가 넘도록 홈쇼핑을 본다.
만나는 이성 친구가 얼마나 되는 지 짐작도 안 된다.
드라마는 tv와 노트북 두 개를 동시에 본다.
컴맹인 사람이 왜 노트 패드가 필요할까?
자랑하기 위해서이다.
그게 자기에게는 smart mark인 모양이다.
목걸이나 다이아몬드 반지, 청나라 궁녀들의 손톱에 끼는 장식 같은 것인가 보다.

전화를 안 받고, 늦게 나타나는 이유 뒤에는 반드시 있는 게 있다.
섹스 중독이다.
다 늙어서 집 한 채 없이 사는 사람이라면 완벽히 그 것의 노예이다.

잘 생기고 말도 잘 하고 옷도 잘 입고 다니면 같이 수 십 년 세월을 보냈어도 잘 모른다.  지적저능아라는 것을..  스스로는 절대로 행동을 고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쾌감이 빈 자리를 늘 채워주고 있으므로..

그 자체가 병증인데,  스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스스로 그 것이 병인 지 알 방법이 없다.  누군가 말해주면,  병이 아니라고 말 할 것이다.  늘 멋쟁이처럼 하고 다녀야 하므로 버는 능력보다 소비 능력이 훨씬 크다.  궁정동 안가 같은 것은 반드시 필요한 소품이다.  금전의 공백은 가족 중 제일 만만한 사람의 계좌를 턴다.  불법 대출도 한다.  구속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것은 잠복기이고, 훈련기이기 때문이다.

지적 수준은 스스로 반복하는 어떤 단어나 행동으로 알 수 있다.
지방에 집 보러 가는데,  보통 사람은 이동전화기 gps 기능을 모니터처럼 거치해두고 쓴다.  그런데 손에서 놓지 않는다.  운전하고 가다가 아무 데나 사진을 찍는다.  그럼 거기에 주소가 나온다고..  그게 그렇게 신기한 모양이다.  이 퍼포먼스는 벌써 수 년 동안 계속되었다.

스캔문자 인식, 위성 촬영 기술, 로드 뷰 기술 등이 융합되면 짐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신기한 기능이라서 중요한 게 아니고,  남들이 잘 모를 때 그 퍼포먼스가 자기에게 smart mark를 찍어주는 모양이다.

이 사람에 대해서 언제 이야기를 써야할 것 같다.  이 병은 후손들에게 반드시 전승된다.  DNA를 세탁하는 방법은 없다.

술과 여자로 인생을 탕진한 아버지 세대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전쟁 통증에 시달리고 혼란기에 구직할 데도 없던 시절을 이해한다.  그런 막막한 사회에서 나도 처음 인생을 시작했다.  이상한 행동은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열등감은 필수적인 어떤 도구를 갖추지 못해 생겨난다.  이를테면 학력이 부족하면 평생을 열등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의 도구란,  자격증은 없어도 헌 책방에서 교재를 구해 스스로 공부해서 그 만한 자격을 갖추면 되는 일이다.  이 도구를 무시하고 평생 주변 사람에게 무시 받으며 살아간다.  그 쉬운 한글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 한글이라는 간단한 도구를 취득하지 못하면 평생 외로움에 시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