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9 December 2016

할머니

안 쓰려다,  안 쓰니 마음 편해 좋더니,  갑자기 할머니가 생각나서 써야 되었다.

도시에 살 때, 주인 집 아주머니의 성깔 때문에 나는 부모와 같이 살 지 못했다.  얼마간 귀양 형식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겸상을 했는데,  조기 두 마리를 구워오면,  할머니는 내 밥에 에누리 없이 물을 만다.  빨리 먹으라고..  내가 조기에 손대는 것도 금기 사항이었다.  내 손이 조기 쪽으로 가면 손 등을 얻어맞는데,  참 아프다.  지금도 그 고통이 생각날 정도..  물 만 밥을 고봉으로 뜬 다음에 할머니가 조기 살 점을 성냥 골 두 개 분량만큼 밥 위에 얹어준다.

이 밥상의 불행은 할아버지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자기 늦중이들에 대한 대우와 손주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나 달랐다.

이 D.N.A.가 내 몸 안에 도사리고 있다는 게 나는 무섭다.  이 D.N.A.에는 카트리지 개념이 없다.

따뜻한 말 한 마디나 웃음 띤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말은 기억이 난다.  신발 좌우를 바꿔신지 마라.  시간은 어떻게 본다.  단어의 뜻을 물을 때는 단어가 쓰이는 곳을 같이 말해라..

고모에겐 자기의 어머니가 되겠지만,  내게는 가족의 의미가 없다.  나를 분석하기 위해선 할머니 자료도 필요한데,  어떤 정보도 기억나는 게 없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Note: only a member of this blog may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