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3 July 2017

인축(人畜)

사람(人)이 축(畜)을 보기 시작하면 세상에 온갖 망상들이 자리잡게 된다
전쟁 후 가난했던 시절, 자식을 아홉 씩 낳는 것도 인축을 본 것이고
사람 앞에 선 사람이 모두 적인 것도 인축을 본 것이다
화분에 예쁜 꽃을 심어 방 안에 가두는 것도 인축을 본 것이고
개를 미용해서 방 안에 완구로 삼는 것도 인축을 본 것이다

내가 내 자식을 백만 명을 낳고 제국을 세우려면 4,900 만 명이나 더 낳아야 한다
D.N.A.를 개조하지 않고도 가능한 일이다  모기처럼 알을 계속 깔 수 있다
5,000 만 명이나 되는 자식들에게 이 우주를 하나씩 나누어 주어도 다 줄 수 없을 만큼 넓고 또 많다

나는 내 지능으로 지금까지 무슨 장난을 해온 것일까?
우주의 시간은 내가 우주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  너무나 명확한 사안이라서 입증 가치도 없다  오직 내가 나를 확인하는 방법은 시간에 매달리는 것 뿐인데 그 것을 자면서 버리고 취해서 버리고 욕하면서 다 버린다

나는 내가 지금 바로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

Cogito, ergo sum
?
데카르트 선생, 미안하지만 틀린 말이오
내 앞의 모기 한 마리 스스로 생각하든 말든 존재하는 것이고
그 존재를 말살하기 위해 손바닥을 마주 치는 나도 존재하는 것인데
다만 입증할 필요도 입증할 가치도 없었다는 말이오
내가 이 땅을 떠나는 날 그대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고
지구가 멸실되는 날 모든 생명도 잊히게 되는 것이오
생명이 입증의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오
생명은 말 하기 위해, 역사에 끄적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오

생명은 그저 생해서 명하는 것이라오

한 사람에 의해 해석이 바뀐다고 선생이 무익한 것도아니오
생각의 방법을 몰라서 방황하던 젊은 시절 선생 도움을 많이 받았오  그래서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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