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6 March 2017

행복의 계산 식

매일 씻어야 한다
깨끗이 씻어야 한다
나를 위해서? 보이기 위해서

먹고 싶은 게 뭔가?
깨끗이 씻은 상추에 맛 있게 구운 고기 한 점?
나를 위해서? 시간을 잊기 위해서

어디에 가고 싶은가?
눈 내리는 호까이도 어느 시골 담장 안에서
바다를 일주일 바라보고 싶다
나를 위해서? 시간을 쫓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고 가족을 늘리고 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외롭지 않도록 스토리도 만들어준다
누굴 위해서? 나 아닌 타인을 위해서

심퍼니 몇 곡 작곡을 위해서 지금부터 공부해도 십 년이 간다
복잡한 색상을 섞어 그림 몇 점 만들기 위해 공부를 시작해도 십년은 간다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공부해도 십년은 더 간다
물리학적 궁금증을 구체화하고 문자화 하는데 십년은 더 간다
장문의 철학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는 일도 십년은 더 걸린다

잠 자고 일어나 세상을 다시 보면 변한 게 없지만
나는 오늘 무엇을 살았을까?
나를 살았을까? 나의 시간을 살았을까? 나의 스토리를 살았을까?

시간은 많지만 내게는 없는 시간이고 만져볼 수도 없는 것이다
시간의 효용은 어디에 물어도 답을 들을 수 없다
나의 가치에 대한 공간을 향한 물음은 답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어디에도 있지 않고 동시에 없지도 아니 하다

무생물은 생물보다 더 열심히 쉬지 않고 움직인다
완벽한 규칙에 따라서 영원히 진동한다
우연한 물질의 조합으로 한 생명이 이루어졌을 때 가끔 쉬는 방법은 있다

끝 없는 진동에 대해서는 무생물은 그 이유를 모르고
영속적으로 진행되는 행위는 생물도 그 이유를 모른다
스스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입증하지는 못한다

72억이 이 감정을 도식화 하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행복은 슬픔과 분노와 미묘한 불쾌감과 서로 얽혀있다
그래서 평온도 행복이다
개체 안에 탄소가 있거나 없거나 시간의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걸어서 지구 어디에든 갈 수 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마음에 꽉 차 있다면 우주는 그렇게 다양할 필요가 없다
시간은 그렇게 넓을 필요도 없고 72억 속에 7200억 속에 오직 나 혼자만 남는다
나를 지상에 올리기 위해 47억년이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나는 하루살이로 지상에 왔다 잠만 자다 쉬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1억년 뒤엔 어느 누구의 목소리도 가치도 지상에 남지 않는다
성단에서는 내 나이가 1초이고 우주에서는 내 나이가 0.1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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